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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책과 영상.

[책]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김석희

by 외노자G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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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다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나는 이 회사의 하나의 부품일 뿐인가 하는 생각.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점원으로 '태어나기' 전의 일은 뭔가 어렴풋해서 선명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교회 주택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평범하게 사랑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나는 어떤지 좀 이상해 보이는 아이였다.

 

 

주인공 게이코는 어려서 부터 조금 달랐다. 잘 몰랐다.

 

 

 유치원 시절, 한번은 공원에 새가 죽어 있었다. 어디선가 기르던 새였을 것이다. 색이 파랗고 아름다운 작은 새였다. 맥없이 목을 떨군 채 눈을 감고 있는 새를 둘러싸고 다른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아?" 한 여자애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벤치에서 잡담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날아왔을까...... 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하고 말했다.

 "뭐라고?"

 "아빠가 꼬치구이를 좋아하니까 오늘 이거 구워 먹자."

 잘 들리지 않았나 하고 확실한 발음으로 되풀이하자 어머니는 흠칫 놀랐고, 옆에 있던 다른 아이의 어머니도 놀랐는지, 눈과 콧구멍과 입이 일제히 딱 벌어졌다. 이상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웃는 것처럼 되었지만, 그 아줌마가 내 손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마리로는 부족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잡아올까?"

 

 

게이코는 '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이러한 게이코가 우연히 동네에 생긴 스마일 마트 역전점에서 일하게 된다. 처음 생긴 이 지점에 오프닝 스태프로 들어가게 되면서 연수를 받고 편의점에 적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게이코는 이 편의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나도 이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기회에 2012년 유학을 나와 공부를 마치고 2016년부터 패션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고민이 많았다. 나는 군대를 전역한 2009년 부터 이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 당시 나는 항상 뉴욕에서 내가 당시 동경했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일을 하는 모델리스트를 꿈꾸었다. 그리고 나는 물론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성복의 성지 이탈리아에서 남성복 모델리스트가 되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20대 초반의 내가 원하던 직업을 가지고 나니 드는 생각들. 그럼 난 내 꿈을 이룬건가가. 근데 왜 달라진 게 없지. 나는 그냥 이 회사의 부품이구나......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누군가는 이 세상의 부품으로 살아감에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상하게도 게이코의 이야기가 내가 했던 직장인으로써의 고민을 위로해주었다.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좋았다.

 

 

 

 지금도 주 3회 편의점에 출근하며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에 묘한 것을 집어넣고 싶다"는 바람처럼 '평범함'과 '묘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쓰는 작가의 어쩌면 자전적 논픽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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